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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의사 환자간의 믿음
    • 작성일2013/12/25 21:36
    • 조회 3,931
    허리가 아프고 좌측 다리가 져리고 걸을 때 증세가 심해지는 것을 호소하는 환자분에게 척추 신경 성형술을 권유하였다. 환자와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와 시술방법과 효과 합병증등을 설명하고 시술 날짜를 잡았다. 그리고 얼마 후, 환자 보호자를 병원 복도에서 만났을 때 그분은 나에게 “그 시술이 정말 효과가 있을 까요?” 라고 물으면서, “다른 사람들이 그 시술하지 말라고 합니다.” 라고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.

    “…….”
    매스컴을 통해서 “경막외 척추 신경 성형술이 효과가 어떻다” 라는 보도를 본 기억이 있다. 이제 의사로서 행하는 치료가 언론상에서 논쟁이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졌다. 

    내가 의사가 되고 정형외과 전문의 척추분야 박사학위를 받아서 현재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게 된 멘토가 되신 분은 시골의사였던 내 할아버지와 한의사인 내 외할아버지 이셨다. 우리 외조부께서는 한약을 지어 주실 때도 우선 한 첩을 지어주시고 드시게 한 뒤 다시 오게 하여 약의 효과를 살피시고 그제서야 1주일, 한 달 약을 처방하셨다고 한다. 환자의 상황과 혹시 있을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한 의사의 배려인 것이다.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의 경우 위급한 상황에서는 돈을 받지도 않으셨다. 물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야기 일 수 있지만 그렇게 치료 받은 환자가 병이 낳아서 나중에 외할아버지 돌아가신 뒤에도 찾아와 쌀 한 가마니를 놓고 가셨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항상 나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. 

    한마디로 우리 할아버지세대의 의사 분들은 환자를 내 가족처럼 위하는 마음이 절실하셨고, 또 그 처방을 따르는 환자들은 그 의사를 믿는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이다.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? 오늘도 내 외래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 일부는 진료받는 동안 나의 말을 매우 의심스럽게 듣고 검사하시고 오라는 말에 아무 말 없이 다른 병원으로 향한다. 또 뭐 한방병원에서는 허리 아픈데 특효가 있다면서 수개월의 한약을 환자에게 권유하기도 한다. 또 진료도 받기 전에 원무과에서 돈을 내거나 지불보증을 하기도 한다.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의사가 환자를 치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. 어쩌면 짧은 정형외과 전문의로서의 지난 10여 년 환자분들을 돌이켜 보면, 치료 효과는 환자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나를 신뢰해 주는 마음에서 결정되었던 것 같다. 나는 생각한다, 환자를 치유하는 것은 믿음이고 상호 신뢰이다. 치료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의사 환자 상호간의 신뢰가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.

    경막외 척추 신경 성형술의 효과에 대해서 언급된 기사를 보면서 “만약에 이 치료가 백해 무익하다면 그렇게 많은 병원에서 현재 그렇게 많은 시술이 시행 될 수 있을까……”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. 내 환자들에게도 종종 이 시술을 수행하면서 통증관리 면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을 경험한다. 서로간의 불신이 만연하는 요즈음 환자에게 아픔을 덜어주는 노력과 함께 믿음 직한 의사가 될 수 있게 힘을 다 할 것을 다짐해 본다.

    <글 = 사랑플러스병원 진료부장 이재만 (정형외과 전문의)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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